지난 10일 ('23년 3월 10일)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를 폐쇄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술렁였습니다.
SVB의 자산규모는 2,090억 달러(약 277조원)으로 우리나라의 KDB산업은행(약 253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이 파산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 : 워싱턴뮤추얼 저축은행 (자산규모 : 3,070억 달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지난 주 금요일에 이미 낙폭을 키우면서 미국 주요 지수가 떨어지고
'리먼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시스템 붕괴'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여러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웃을 수 없는 주말을 보냈는데요,
다행히 오늘 장 시작 전, 미국 정부에서 예금 전액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급한 불은 꺼진 상태로 보입니다.
SVB 파산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우선 1983년 10월 17일에 설립된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즉, 실리콘벨리에 거점을 둔 지역 은행으로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름대로 실리콘벨리에서 주요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를 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22년 12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입니다.
※ 우리 나라는 IMF 를 지나면서 은행들이 통폐합되어 5대 금융지주가 주를 이루고,
대구은행이나 부산은행같은 지역 거점은행 몇곳만 남아있지만 미국에는 약 1만개 정도의 은행이 있다고 합니다.
(85~90%는 소형은행)
코로나 19 펜데믹이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어 기업을 지원하였고,
이때 반짝 호황을 맞이했던 벤처/스타트업 기업(특히 IT기업) 들의 돈이 SVB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은행은 고객이 예금한 돈을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고 이를 고객과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데,
SVB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수익율이 높은 부실 기업 채권도 아니고, 변동성이 심함 가상 화폐도 아닌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
그런데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지면서 미국 기준 금리가 전례없이 가파른 상승을 하였고,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① 미국 국채 가격의 하락
☞ 채권은 금리가 확정되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갑니다"
② 실리콘벨리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 저하
쉽게 말해서
은행이 투자한 미국 국채는 가격이 하락해서 손실중인 상태인데,
은행에 예금한 고객들은 기업 운영을 위해서 돈을 인출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실 미국 10년물 국채는 만기를 채우면 이자만 받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고객이 돈을 인출하기를 원할 때, 여유 자금이 없으면 투자한 자금을 손절하고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거죠..
하나둘씩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SVB가 돈을 돌려줄 여력이 안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것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돈을 인출하려는 고객이 몰리는 뱅크런 사태로 이어집니다.
예전에 뱅크런은 은행에 몰려들긴 하지만 창구에 줄을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됐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동시에 인출이 가능하니 뱅크런을 통한 자금 유출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빨라졌다고 하네요...
이번에 유출된 금액이 SVB 전체 자본의 25%정도라고 하는데...
어떤 은행이라도 이정도 금액이 한번에 빠져나간다면 버틸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처 단 몇일만에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자칫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그 때문인지 미국 정부는 발빠르게 대처하여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정부가 보증하게 되면 자금 이탈도 어느정도 안정화 될 것이고 SVB가 투자한 채권은 결국 만기가 되면 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SVB 파산 사태가 앞으로의 금리... 더 나아가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3년 1월부터 인플레가 둔화되는 시그널들이 일부 보이면서 회복되던 증시가 최근 1~2주간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CPI나 고용 지표 등이 좀처럼 꺾이지 않아서 '더 높은 금리가 더 길게 유지될 수도 있다'는 연준의 목소리가
한 몫을 했을 것 같은데요...
너무 급격하게 올린 금리의 부작용을 연준도 걱정하고 있을텐데,
데이터만 봤을 때는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니 연준도 답답해 하면서 강격한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와 금융 시스템 위기는 급을 달리하는 사건입니다.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면 경제 자체가 마비되고 이를 회복하는대도 막대한 비용을 치뤄야하기 때문이죠...
이번 SVB 파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파른 미국 기준 금리 상승" 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서 나몰라라하고 계속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fed watch 의 기준금리 예상도 25bp가 96.7%이고
심지어 동결도 3.3%로 나왔습니다.
(SVB 파산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25bp와 50bp가 거의 반반이었죠)
주린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선 당장은 기준 금리를 제어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을 했고
여파가 커지기 전에 어느정도 수습이 되는 것 같으니 이렇게 시간을 번 동안에 인플레가 진정이 되면서
추가적인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예상됩니다.
리먼 사태와 같은 큰 금융 위기 이전에 발생한 전조 증상은 아닌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긴 하지만
오늘도 긍정 회로를 돌리면서 글을 마무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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